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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GARISM / DEMOCRACY



저속함이나 비속어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최근 수년간의 upmarket에서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의 트렌드중 하나를 지칭하는 vulgarism이란 단어는 세계 디자인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관한 담론을 다루고 있는 David Report의 David Carlson이라는 저널리스트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의 정의에 먼저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vulgarism은 최근 유럽의 현대적인 럭셔리 디자인계에서 자주 관찰되는 시각적 실험의 형식을 가진 디자인, 혹은 Design Art적인 경향을 통칭하는 것으로써, 때로는 초현실주의적(surrealism)인 형태를 띄고 있기도 하며, 때로는 과장된 표현주의적(expressionism) 색채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설명할때 종종 등장하는 단어라 할수 있다.

Marcel Wanders의 과장되고 기괴한 형태의 오브제들과 그의 나르시스트적인 장식의 디자인들, Jaime Haiyon나 Barnaby Barford와 같은 재기발랄하고 해학이 있는, 독특한 예술성을 담은 디자인 오브제들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설명하는 좋은 예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채 십년이 되지 못한 기간이지만, 세계의 럭셔리마켓에서 상류 소비층, 혹은 수집가들 그리고 아트갤러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vulgarism은 그 과장된 형식의 원론적인 논란과 화제성으로 시장에서 관심의 중심임을 자처하고 있는 이상 당분간은 세계 디자인, 아트 시장에서 그 색깔을 꾸준히 드러낼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류층의 트렌디한 취향이나 예술주의적인 작품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디자인과는 반대로, 다수의 대중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대량생산(mass production)만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합리적인 가격에,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다수의 행복을 꿈꾸는 공리주의적 디자인을 우리는 다른 말로 democratic design이라 부른다. Democratic design의 아이콘과도 같이 여겨지고 있는 스웨덴의 IKEA는 매우 효율적인 자원의 관리와 디자인, 생산, 유통등의 통합적인 운영체제를 통해, 최소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을 가능토록 하였다. 이것은 세계의 폭넓은 시장에서 다양한 층의,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대중성을 지향하는 디자인의 표본이라 할 수 있으며, 근대 디자인의 성격을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며 직설적인 원리를 갖추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또한, 과거 전통 수공예적 사고방식의 한계를 벋어나 보다 심화한 산업주의적(공업화) 방법론을 통해 세계 근현대사의 가장 커다란 시민사회 변화를 가능케한 혁신적 이벤트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유럽의 중세 봉건적 구조를 탈피한 시대적 사회구조의 혁신으로 현대적 도시계층의 등장과 정치적 의식구조의 변화를 초래한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사회의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값싸고 잘 만들어진 상품을 구매하도록하며, 만인의 평등적 소비를 추구하는 이 democratic design의 철학은 IKEA뿐 아니라, Ferdinand Porsche가 2차세계대전 직전 독일 나치의 의뢰로 디자인한 폭스바겐의 beetle에도 잘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최신 아트디자인계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실험적이고 표현주의적인 형식의 디자인. 그리고, 대량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일면 분명히 다른 이 둘의 디자인적 시선을 하나의 타이틀안에 같이 포괄한 이유는, 비록 첨예한 원인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적 접근 또한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공통된 주제와 문제적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에 이 낮설지만 익숙할 수 있는 선택적 조합의 전달 방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유의 추상적이며 복합적인 흥미로움과 과장된 표현의 경향을 가지고 있던 실험적 디자인의 원리는 현대적인(contemporary) 트렌드인 vulgarism 안에도 남아있다. 또한, 인간의 시각적(sight)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는 육체적인 불완전성을 이용하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표현으로 창의적인 은유를 드러내기도 하는 이 진보된 시각과 사고에 대한 연구는, 관찰자들에게 드라마틱한 사고의식의 전환을 유도하도록 하는 Critical Design이라는 인간 의식에 대한 이해 역시 흡수해오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첨단 기술(technology)의 발빠른 발전와 다양한 과학 분야의 성숙도와 더불어, 다양한 가능성(potential)을 가지게된 현대적 디자인의 범주를 확장시키게 하였으며, 산업의 시대 (Industrial Age)에서 시작된 대량생산을 통한 소비중심사회와 시장주의 성장체제, 그리고 공리주의적 사회, 기업 윤리의 이해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었던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산업, 사회가 공통적으로 맞이하게된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궁극적으로 성장과 소비중심의 사회체제에서 누적된 생산주체들의 비효율성과, 자원 및 동력의 소모 후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 그리고 원천 자원의 고갈 등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적 상황의 결과로 인한 지구생태계의 파괴와, 시장경제의 붕괴위험, 경쟁적인 이윤추구의 목적에 의한 도덕성의 상실과 인간성의 홰손 등은 우리 사회속의 또다른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 우리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디자이너들(상당수의)은 지극히 개인적인 현실에만 집중하려할뿐 소속된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전체주의적 시점에의 접근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le design)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와 이해의 발전으로 디자인적 저변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90%의 생존을 위해 남모르게 고군분투하고있는 10%에 불과할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Nigel Whitely가 ‘Design for Society’에서 지적하였던대로,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항한 자본주의구조 안의 디자이너의 결단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그 자리를 돌려 메우게 될뿐일지도 모른다. 물론, 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Victor Papaneck이 주장하였던데로 디자이너는 정치가보다 훌륭한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고, 사업가보다 더 깊이 제품 생산에 관여하고 하며, 학자들보다 사회에 영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사회를 바꿀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힘을 믿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힘이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수학 문제를 풀기위한 공식이 정해져있지 않듯, 뻔하게 주어진 공식에만 모든 것을 대입해 답을 내놓으려는 것은 창의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저해한다. 때로는 말도 되지않는 듯한 실험적인 사고와 행동이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의외의 길을 알려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실험이 성공적인것은 아니며, 그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의 우리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하여 나름의 의견과 해결을 위한 시점을 제시해보고자 하며, 그 안에 내포된 은유적 아이디어들에 대해 사려깊게 동조해 보아주길 기대한다. 또한, 이 의식적인 개념들의 이합과 확산으로 인한 새로운 사고의 과정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사회와 우리 자신을 위한 미덕(virtue)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metafaux studio / 메타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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